고도비만 78주, 치킨을 안 먹고도 괜찮았던 저녁
치킨을 먹지 않은 날을 기억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저녁, 아이들이 치킨을 시켰다. 거실까지 냄새가 났다. 상자를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부위가 있었다. 튀김옷도 맛있어 보였다.
한 조각 먹을까.
다음 날 체중을 잴 일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덜 나가면 기분이 좋을 테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상자를 두고 돌아섰다.
여기까지는 예전에도 해봤다. 먹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일.
달랐던 건 그다음이었다.

한 조각만 먹겠다는 약속
예전의 나는 상자에서 돌아서도 치킨을 두고 오지 못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누가 한 조각 집어 가는지 봤다. 얼마나 남았는지도 봤다. 먹지 않기로 했는데, 치킨이 줄어드는 건 신경이 쓰였다.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누가 집으면 더 그랬다.
그러다 슬슬 이유를 찾았다.
점심을 적게 먹었으니까. 한 조각 정도야 괜찮으니까. 먹고 내일부터 다시 하면 되니까.
안 먹을 이유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살을 빼야 했고, 오늘까지 참은 게 있었고, 내일 체중계에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치킨 앞에서는 먹어도 되는 이유를 더 열심히 찾았다.
결국 한 조각을 집었다.
첫 조각을 먹을 때는 정말 그것만 먹을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나를 속이려던 건 아니다. 한 조각 먹고 만족하면 될 것 같았다. 냄새만 맡으며 버티는 것보다 그편이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먹고 나면 한 조각이 더 먹고 싶었다.
두 번째를 집는 데는 처음만큼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 번째부터는 그냥 먹었다. 이미 먹기 시작했으니까.
배는 불렀다.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배가 터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손은 움직였다.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과 한 조각을 더 집는 행동이 동시에 가능했다.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는 다 먹고 나서야 제대로 보였다.
빈 상자를 보면 기분이 나빴다. 아까 안 먹기로 했을 때 그대로 끝냈으면 됐는데. 한 조각만 먹겠다고 했을 때라도 멈췄으면 됐는데.
후회할 때의 나는 다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치킨이 오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반복되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것 같았다. 참을성이 없는 사람. 결심을 오래 못 지키는 사람. 살을 빼놓고도 결국 다시 먹어서 찌는 사람.
잘 참은 날에는 그 평가가 잠깐 바뀌었다. 못 참은 날에는 다시 돌아왔다.
치킨을 먹었을 뿐인데, 나는 매번 나 자신까지 평가하고 있었다.
돌아서고 나서도 치킨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날도 냄새는 났다. 아이들은 옆에서 먹었다. 치킨이 싫어진 것도 아니었다. 누가 맛있냐고 물었다면, 먹어보지 않고도 맛있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하는 동안 치킨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글의 절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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