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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kg에서 127kg 고도비만까지, 나는 늘 먹던 대로 먹었다

· 수정됨 · 조회 73

2교시가 끝나면 점심 도시락을 열었다.

아침을 굶고 온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밥을 든든하게 먹었다. 그래도 그쯤 되면 도시락을 꺼냈다. 점심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먹고 싶었고, 가방에는 밥이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저녁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고 나면 가방에 빈 도시락 두 개가 남았다. 밤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저녁밥을 벌써 먹어버린 셈이었다. 그렇다고 저녁을 굶지는 않았다. 그때가 되면 밖에 나가 분식을 먹으면 됐다.

나는 저녁밥을 미리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점심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127kg까지 갔던 이야기를 하려면, 체중계보다 이 도시락부터 떠올려야 할 것 같다.

187cm 127kg, 남자 고도비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87cm 127kg, 남자 고도비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많이 먹어도 괜찮았던 시절

한동안 나는 나를 설명할 때 이렇게 말했다.

평생 뚱뚱하게 살았다고.

오래 세 자리 몸무게로 살다 보니 그 전의 나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때 키는 185cm, 몸무게는 80kg 정도였다. 운동부였고 전국대회에도 나갔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쯤 컸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뚱뚱한 학생보다 운동하는 학생이 먼저 생각난다.

훈련은 힘들었다. 운동하다가 토할 만큼 몰아붙이는 날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나도 힘든 줄은 알았지만, 운동은 원래 그런 건 줄 알았다.

먹는 것도 그랬다.

많이 움직였고 많이 먹었다. 한창 자라는 중학생이 밥을 잘 먹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 역시 밥을 얼마나 먹는지 따져본 적이 없었다. 훈련을 하고, 밥을 먹고, 다음 날 또 훈련을 했다.

그 생활에서는 내 식사량이 별문제 없이 맞아 들어갔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가 운동을 그만뒀을 때도, 밥까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운동을 그만둔 건 분명히 알았다. 이제 훈련에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밥을 먹을 때는 그 사실을 떠올리지 않았다.

어제 먹던 만큼 오늘도 먹었다.

저녁이 되면 또 저녁을 먹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했다. 아침에 가면 밤에야 돌아왔으니 집에서 도시락을 두 개 싸줬다. 점심에 먹을 것 하나, 저녁에 먹을 것 하나.

도시락에는 먹을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다.

아침밥은 꼭 먹었다. 어머니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만큼 아침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나도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는 게 익숙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가도, 도시락 두 개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다 비었다.

점심 도시락과 저녁 도시락, 둘 다 오전에 사라졌다
점심 도시락과 저녁 도시락, 둘 다 오전에 사라졌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야식도 먹었다.

지금 하루를 쭉 적어놓으니 많이 먹었다는 게 보인다. 아침밥을 먹고, 도시락 두 개를 먹고, 분식을 먹고, 집에서 또 먹었다.

그런데 그때는 하루치를 한꺼번에 보지 않았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열 때는 그 도시락만 생각했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었고, 집에 와서는 뭔가 더 먹었다. 앞에서 먹은 것까지 떠올리며 이번에는 그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에 하루치 식사를 차려놓았다면 나도 좀 놀랐을지 모르겠다.

몇 시간씩 띄워 먹으니 그냥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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