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25kg 감량 후기, 한 달 만에 돌아온 이유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PT를 받고, 하루에 산을 두 번씩 타면서 95kg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었다. 효과가 없어서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문제는 그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 살을 빼는 원리는 결국 그것뿐이고, 다이어트는 그 단순한 원칙을 얼마나 독하게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믿었다. 다시 찌면 내가 덜 독했던 거였다.

설날이 지나고 본 영상 하나
저탄고지를 알게 된 게 정확히 몇 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설날이 지나고 얼마 안 됐을 때였다는 것만 기억한다. 내 일은 명절 대목이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대목이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겨 유튜브를 이것저것 보다가 우연히 저탄고지 영상을 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의심했다. 내가 알던 다이어트 상식과 너무 달랐다.
탄수화물은 극도로 줄이고, 대신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을 높인다. 고기도 먹는다. 지방도 먹는다. 배가 고프면 배부르게 먹어도 된다. 그런데 살이 빠진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내가 살을 빼려고 먹던 음식은 현미, 고구마, 생야채, 닭가슴살이었다. 기름진 고기나 지방은 다이어트할 때 가장 먼저 피해야 하는 음식이었다. 무엇보다 살을 빼려면 배고픔 정도는 당연히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라고 했고, 운동을 죽어라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처럼 운동하고 맛없는 식단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믿던 사람에게, 운동 안 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솔깃한 정도가 아니었다.
유레카였다.
'이거라면 할 수 있겠는데?'
정말 빠졌다, 25kg
그래서 시작했고, 정말 빠졌다.
억지로 굶을 필요가 없다는 게 좋았다.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분명했지만, 적어도 허기진 배를 붙잡고 버틸 일은 없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하루 대부분을 운동에 써 버릴 필요가 없었다.
예전 다이어트와 비교하면 너무 편했고 효과도 좋았다. 기억으로는 약 25kg을 뺐다. 일곱 달인지 여덟 달인지가 걸렸다.
그 무렵 다른 주제로 운영하던 채널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 내가 하고 있던 저탄고지 이야기를 한번 올렸는데,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반응이 컸다. 뭘 먹느냐, 정말 운동을 안 해도 되느냐, 몇 kg이나 빠졌느냐. 댓글이 쏟아졌고 나도 신이 났다. 내 몸에서 실제로 결과가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결과를 궁금해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빠졌고, 정말 전보다 편했고,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누가 "저탄고지가 다이어트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면 아마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추석 대목, 한 달만 쉬기로 했다
그러다 추석이 왔다.
내 일은 명절 대목이 되면 생활 자체가 달라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아침부터 나가 하루 종일 밖에서 움직인다. 평소에는 오후 대여섯 시면 끝나는 일이 대목에는 밤 아홉 시, 열 시가 되어도 끝나지 않는 날이 흔하다. 그 생활을 거의 한 달 가까이 해야 했다.
문제는 밥이었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저탄고지 식단에 맞춰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내 다이어트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제가 저탄고지 중이니까 오늘부터 여러분도 탄수화물 드시면 안 됩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그 근처 식당에 들어가야 했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곳만 찾아다닐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한 달만 쉬기로 했다.
이번 대목 동안만 일반식을 먹자. 그렇다고 막 먹지는 말자. 양도 조절하고 군것질도 최대한 하지 말자.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저탄고지로 돌아가면 된다.
그때는 그게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심했다. 예전처럼 마음껏 먹은 것도 아니었다. 저탄고지를 포기한 게 아니라 잠깐 쉬어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일곱 달과 한 달
그런데 몸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살이 붙는 게 느껴졌다. 그때는 체중을 꼼꼼히 잴 상황도 아니었다. 밤늦게 들어오면 씻고 자기 바빴고, 아침에는 더 늦으면 안 될 시간에 일어나 후다닥 나갔다. 체중계가 중요한 시기가 아니었다. 일이 중요했다.
그래도 체중계를 안 본다고 몸까지 모를 수는 없었다. 옷을 입으면 느낌이 달랐고, 배가 다시 나오는 게 느껴졌다.
한 달쯤 지나 일이 정리된 뒤 다시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몇 달 동안 빼 놓았던 체중은 거의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빼는 데는 일곱 달인지 여덟 달인지가 걸렸다. 돌아오는 데는 한 달 남짓이면 충분했다.
허탈했다. 그리고 또 그 감정이 찾아왔다. 왜 조금 더 조심하지 못했을까. 왜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을까. 살이 다시 찌는 것보다 더 싫었던 건 그 뒤에 따라오는 자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정말 못 참아서 실패한 걸까.
한 달 동안 폭식을 하고 다닌 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조심했다. 무엇보다 저탄고지를 멈춘 이유는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어야 했고, 매일 밖에서 생활해야 했고, 내 식단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맞춰 달라고 할 수 없었다.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 평범한 생활 속에서 유지할 수 없는 다이어트라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걸 평생 할 수 있는가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보는 내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먼저 묻게 되는 질문이 생겼다.
이걸 평생 할 수 있는가.
원푸드 다이어트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했다.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 수 있나? 안 된다. 단식도 마찬가지였다. 평생 굶을 수 있나? 당연히 안 된다. 간헐적 단식도 해 봤다.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생활 속에서 그 규칙을 평생 지킬 수 있느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었다.
극단적인 운동과 식단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운동부 시절 전국대회를 준비할 때보다 더 운동하던 그 생활을 평생 할 수 있느냐고?
내가 무슨 국가대표도 아니고. 안 된다.
저탄고지는 훨씬 쉬웠다. 그래서 몇 달이나 유지했고 큰 효과도 봤다. 하지만 좋아하는 빵과 면을 평생 안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가족과 외식할 때마다 내 식단에 맞는 식당만 가자고 할 수도 없었고, 회식이나 모임 때마다 먹을 게 없으니 빠지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먹어도 된다며 '치팅데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도 먹고 싶은 걸 계속 참다가 하루만 허락해 주는 방식이었다. 결국 또 참는 것이었다. 참는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평생 할 수 없다면, 그건 나에게 다이어트가 아니다.
100kg과 120kg 사이
그렇다고 이 원칙을 깨달은 뒤 갑자기 살이 빠진 건 아니다. 평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 나는 계속 100kg과 120kg 사이를 오갔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보면 사 먹어 보기도 했다. 크게 믿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결과는 별것 없었다. 돈만 썼다.
한 번씩 빼고, 다시 찌고, 또 마음먹고, 또 포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흔여덟이 되던 해, 나는 더 이상 살을 뺄지 말지 고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걸 숫자로 확인하게 됐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세 개가 한꺼번에 선을 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쓴다. 연재 순서는 목차 글 rediet.net/p/7 에 모아 두었다.
빼고 다시 찐 경험이 있다면, 그때 무엇 때문에 멈췄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평생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방법이 남았는지도 궁금합니다.
개인 경험을 나눈 글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약 사용과 부작용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