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125kg의 건강검진, 당뇨·고혈압·고지혈증을 한꺼번에 들은 날
당뇨라는 말을 듣고도 형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혈압도 높다고 했다. 고지혈증도 있다고 했다. 하나를 듣고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이야기가 나왔다.
2024년 11월쯤이었다. 미뤄두었던 국가건강검진을 받았고, 몸무게는 125kg 정도였다.
혈압은 160에 120. 당화혈색소는 7.6%.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고지혈증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기억한다.
내 건강을 봐준 의사는 내과 전문의인 친형이었다. 모르는 의사 앞에서라면 괜히 괜찮은 척했을지도 모르겠다. 형 앞에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형은 내 몸을 알고 있었고, 나는 형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런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한마디만 떠올랐다.
좃됐네.

머리가 아프면 약부터 찾았다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처음 한 날은 아니었다.
나는 두통이 잦았다. 집에는 타이레놀을 몇 통씩 뒀고, 차에도 챙겨놓았다. 머리가 아플 때 약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떨어지기 전에 준비했다.
어디서 머리가 아파도 약은 가까이 있었다.
그렇게 해놓으면 꽤 잘 챙기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정작 왜 자꾸 아픈지는 확인하지 않으면서, 아플 때 먹을 약은 잊지 않았다.
혈압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가족력도 있었다. 그런데 검진받을 때 말고는 혈압을 잘 재지 않았다.
낮게 나올 자신이 없었다.
높을 것 같다고 생각만 하는 동안에는 그냥 지낼 수 있었다. 직접 재서 숫자를 보고 나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그다음 일을 자꾸 피했다.
갈증도 있었다. 입이 바짝 마르면 물을 찾았다. 마시고 조금 지나면 또 마셨다.
그때도 내 몸이 괜찮은지 걱정은 했다. 다만 물을 마시고 나면 당장의 불편이 줄었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두통이 있는 날에도 하루는 지나갔다. 가족들과 밥을 먹었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나갔다. 웃고 떠들며 잘 지내는 날도 많았다.
그러니 많이 아픈 사람 같지는 않았다.
나에게 아프다는 건 평소 하던 일을 못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할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면 약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서.

검진을 받으러 갈 때도 어디가 너무 아파서 원인을 알아내려던 것은 아니었다.
받아야 하는 검진이 남아 있었다. 연말이 가까워졌으니 더 미루기 전에 받으러 갔다.
나는 그날도 검진을 마치면 평소처럼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병명이 있었다
이전 검진에서도 관리하라는 말을 들었다.
수치가 좋지 않다. 조심해야 한다. 더 올라가면 안 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이 쓰였다. 나도 걱정은 했다. 다만 집에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면, 그 걱정으로 오늘 식사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옅어졌다.
아직 괜찮다는 쪽으로 알아들었던 것 같다.
주의하라는 말에는 내 마음대로 남겨둘 여유가 있었다. 지금부터 조금 조심하면 되겠지. 살도 좀 빼야겠지. 그러다가 다시 평소대로 지냈다.
이번에는 이미 당뇨라고 했다.
내가 준비되었는지, 언제부터 관리할 생각인지와 상관없이 병명이 생겨 있었다.
살을 빼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먹는 것을 바꾸면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도 대충 알았다. 그래서 선뜻 시작하기 싫었다.
그 마음은 검진 결과를 듣는다고 없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하기 싫고,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하기 싫다는 생각 뒤에 다른 생각이 붙었다.
여기까지가 글의 절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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