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꼭 묻는 것이 있다. 몇 mg을 몇 주 맞았고 그때 몸무게가 얼마였느냐는 것이다. 주차별로 용량과 체중을 적은 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 표는 없다.
78주 동안 용량도 체중도 따로 적어 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순서뿐이다. 순서와, 왜 적지 않았는지까지.
위고비 마운자로 용량 경로, 주차별 기록이 없는 이유
순서는 이렇다
위고비는 0.25mg에서 시작해 0.5mg, 1.0mg, 1.7mg을 거쳐 2.4mg까지 올렸다. 그다음은 마운자로였다. 가장 낮은 2.5mg에서 다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렸고, 마지막 용량은 10mg이었다.
날짜로 붙일 수 있는 것은 양 끝뿐이다. 위고비 첫 주사는 2025년 3월 초, 그때 체중은 120kg이었다. 마지막 주사는 2026년 9월 5일, 그날 아침 체중은 84.6kg이었다. 시작 날짜도 사실 마지막 주사에서 거꾸로 78주를 센 값이다.
그 사이의 어느 주에 몇 kg이었는지는 모른다. 1.0mg에서 1.7mg으로 올릴 때 몸무게가 얼마였는지, 2.4mg에서 몇 주를 버텼는지, 마운자로로 갈아탄 날 체중계가 몇을 가리켰는지. 기억이 흐린 게 아니라 애초에 적지 않았다.
용량은 달력이 아니라 정체기가 올렸다
처음 두 단계만 달력을 따랐다. 0.25mg을 한 달, 0.5mg을 한 달. 가장 낮은 용량은 몸을 적응시키는 단계라고 들었고, 실제로 그 두 달 동안은 효과도 부작용도 없었다.
1.0mg부터는 달랐다. 그날 오후부터 몸이 대답을 시작했고, 체중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용량을 올리는 기준은 정체기였다. 매주 몇 그램 이상 빠져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 한 달치 약을 다 맞았는데 지난번 처방받을 때와 체중이 거의 같으면, 형과 상의해서 다음 단계로 올렸다. 그러면 다시 조금씩 내려갔다. 1.7mg이 그랬고 2.4mg이 그랬다.
그러니까 각 용량을 몇 주 맞았느냐는 질문의 답은 "체중이 멈출 때까지"다. 몇 주였는지는 세지 않았다.
2.4mg에서 멈췄고, 다음 단계가 없었다
2.4mg에서도 결국 정체가 왔다. 한동안 체중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올릴 용량이 없었다. 당시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위고비는 2.4mg이 최고용량이었다.
마침 형에게 마운자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때였다. 국내 출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나오면 바꿔 보자고 했다. 실제로 출시된 그 주에 바꿨다. 처방받으러 간 날 약이 아직 형의 병원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진료를 보며 이야기하는 사이에 약이 들어왔다. 그렇게 형의 병원에서 마운자로를 맞은 첫 환자가 됐다.
마운자로도 가장 낮은 2.5mg부터였다. 위고비 1.0mg에서 고생한 기억이 있어 약이 바뀌면 부작용도 처음부터 다시 오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내 경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용량을 올리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에서 일어난 일뿐이다.
매일 아침 올라가기만 하고 적지 않은 체중계
왜 적지 않았나
체중은 매일 쟀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도 마시지 않은 빈속으로 체중계에 올라갔다. 매일 같은 조건으로 재야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서 만든 습관이었다.
그런데 적지는 않았다.
예전 다이어트 때는 체중관리 앱을 썼다. 매일 숫자를 넣으면 그래프가 그려졌고, 선이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은 그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는 선이 위로 올라가는 날이었다. 전날 많이 먹었든 수분 때문이든 별 이유가 없든, 체중은 매일 똑같이 줄지 않는다. 그런데 숫자를 넣는 순간 그래프가 위로 튀고, 그 작은 선 하나가 하루 종일 신경 쓰였다.
'어제 뭘 잘못 먹었지?'
'이번에도 안 되는 건가?'
고작 몇백 그램인데 그래프로 남겨 놓으면 실패의 증거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재기만 하고 적지 않았다. 오늘 숫자는 본다. 어제보다 조금 내려갔으면 기분이 좋고, 올라갔으면 그런가 보다 한다. 내일 다시 올라가면 된다. 그 방식이 나한테는 더 잘 맞았다.
용량도 마찬가지였다. 몇 mg을 몇 주째 맞고 있는지 세지 않았다. 매주 한 번 배에 주사를 놓았을 뿐이고, 한 달치가 떨어지면 형의 병원에 가서 체중을 쟀다. 올릴지 말지는 그때 형과 정했다.
그래서 표 대신 이렇게 말한다
표가 없어도 말할 수 있는 숫자가 있다. 76주 남짓 동안 40kg 정도가 빠졌으니, 전체 기간으로 나누면 일주일에 500g 남짓이다. 처음 위고비를 시작할 때 형이 조급해하지 말라며 말했던 속도와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앞자리가 바뀌던 날들이 있다. 119가 118이 되고, 110kg대가 어느 순간 100kg대가 되고, 세 자리가 두 자리로 바뀌던 날. 몇 년 몇 월이었는지는 모른다. 어느 용량 구간이었는지도 자신이 없다. 하루에 빠진 건 몇백 그램인데 숫자 하나가 사라지는 느낌은 그보다 훨씬 컸다는 것만 기억한다.
주차별 표를 기대하고 온 사람에게는 미안한 글이다. 그래도 순서와 기준은 그대로 적었다. 어느 용량에서 몸이 대답을 시작하는지, 어디서 멈추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들었고, 내 경우에는 이렇게 지나갔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용량을 올리고 내리는 일은 매번 진료 자리에서 정했다. 연재 순서는 목차 글 rediet.net/p/7 에 모아 두었다.
여러분은 용량이 바뀔 때 체중을 적어 두셨는지, 아니면 저처럼 재기만 하셨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적어 둔 표가 나중에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