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목표 체중 85kg 도달 후기, 왜 감격스럽지 않았나
이걸 어떻게 유지하지?
85kg을 보고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오래 기다린 숫자인데, 막상 눈앞에 있으니 만세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체중계 사진을 찍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게 된다고?
조금 어벙벙했다.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내가 예상했던 기쁨과는 달랐다.
이 글은 위고비를 거쳐 마운자로를 맞던 76주 무렵의 생각을 돌아본 기록이다. 지금은 약을 끊은 상태이고, 단약 뒤의 생활은 별도의 일지에 쓴다.

목표를 적고도 믿지는 않았다
처음 정한 목표가 85kg이었다.
125kg에서 시작했으니 40kg을 빼야 했다. 적어놓고도 정말 그 몸무게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하나 골랐다는 쪽이 더 가까웠다.
나는 목표를 세우는 데 익숙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도 여러 번 먹었다. 잘될 때는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세었고, 다시 찌면 그 숫자가 내가 못 한 일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체중만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또 못 했다는 생각까지 같이 왔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는 목표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못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마음 한쪽에 남겨두면, 나중에 조금 덜 괴로울 것 같았다. 이번에도 85kg을 정하면서 그랬다.
갈 수 있으면 좋고.
정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고.
그렇게 거리를 두었던 숫자에 내가 도착했다. 목표를 정할 때보다, 도착했을 때 더 실감이 나지 않았다.
85kg을 고른 이유부터 틀렸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정한 몸무게는 아니었다.
내 키는 187cm다. 그 키에 85kg이면 정상체중 경계쯤은 되겠지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계산과 기준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87cm에 85kg이면 BMI가 약 24.3이다. 국내 분류에서는 비만전단계에 해당한다. 정상체중 상한인 BMI 22.9를 내 키에 대입하면 대략 80kg이었다.
숫자까지 잘못 보고 목표를 정했구나.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목표를 80kg으로 고쳐 적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 고른 숫자를 제대로 맞히는 일과, 줄어든 몸으로 사는 일은 달랐다. 나는 뒤의 일을 아직 잘 몰랐다.
85kg을 실패한 숫자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125kg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내 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다만 목표를 채웠다는 이유로 이제 몸을 덜 살펴도 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정한 목표는 달성했다.
그 숫자가 앞으로의 생활까지 정해주지는 않았다.
거울에는 끝났다는 표시가 없었다
거울 앞에서는 체중계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몸이 많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보기 좋은 몸과는 좀 달랐다. 원래 근육질인 사람도 아니었는데, 살이 빠지고 나니 조금 왜소하고 볼품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체중계에서는 반가웠던 변화인데, 거울에서는 어디가 비어 보이는지 살폈다.
팔뚝과 배의 탄력도 줄어 있었다. 특히 옆구리 쪽이 그랬다. 그래도 내가 걱정했던 만큼 살이 심하게 처지지는 않았고, 수술로 잘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내 몸을 보고 내가 느낀 정도다.
다른 사람이 같은 무게를 빼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내가 말할 수 없다. 내 몸에서도 빠진 체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40kg을 뺐다는 말은 간단했다.
여기까지가 글의 절반이에요
로그인하고 이어 읽기